2019년 6월 13일, 오늘 대법원(제3부)는 전 제주시농협조합장이 지위를 이용하여 하나로마트 입점업체 업주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감독자의 간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하였다.
2018년 6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공소사실에 유일한 증거로서 피해자의 진술 증명력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징역8월의 실형으로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판단한 유죄를 파기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며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요구하며 성폭력 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증명력을 배척하며 무죄를 선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어렵게 피해사실을 신고하였고, 경찰과 검찰, 법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피해사실에 대하여 죽을힘을 다해 증언하고 2차 피해를 견디면서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였으나, 오늘 대법원은 상고심을 ‘기각’하였다.
성폭력 사건은 폐쇄된 공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기에 성적인 증거나 증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은 유일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성폭력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사실관계를 충분히 따져보고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어땠는지, 피해자가 그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맥락을 충분히 심리하여야 한다.
최근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성범죄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 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대법원 2018.4.12 선고 2017두 74702판결)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에 결과는 그 동안 대법원에서 강조하였던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럼으로 이번 성폭력사건에 대한 대법원(제3부)의 판단은 절망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를 외면한 것이며, 정의는 살아있다고 믿고 여기까지 온 피해자의 용기에 짓밟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또한 위력의 영향으로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고통과 고립을 감내하지 않도록 이끌어 가야 하는 사법부가 본 사건을 기각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권을 추락시키는 사법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성인지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자의 증언을 배척하고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본 사건의 2심 재판부와 대법관들의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
2019년 6월 13일
전 제주시농협조합장 성폭력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
서귀포여성회 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총132개 기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총16개 기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성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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